독자여러분 어떠셨나요?
운전자가 갖춰야할 안전운전상식에 대한 이해가 어렵지는 않았습니까?
지금까지 안내해 드렸던 운전이론에 관한 부분을 잘 이해하셨다면 귀하께서는 이미 안전한 운전자입니다. 운전에 있어서 실기는 각각이 지닌 개성에 따른 시간과 경험에 의하여 숙달될 수밖에 없는 한계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누구에게나 처음이 있고 경험이 풍부한 운전자가 곧 훌륭하고 안전한 운전자는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또, 육체의 익숙함에 의하여 결정되는 노련미가 훌륭한 운전솜씨를 평가하는 척도가 되는 것은 더욱 아닙니다. 앞에서도 여러 차례 언급한 바가 있듯이 굼뜨고 어설픈 동작보다는 잘못 길들여진 운전습관이 더욱 위험하고 그것은 통계와 연구자들에 의하여 실증된 사실관계에 해당합니다.
예컨대, 타 교통참여자들의 불편을 최소화 하고 가장 안전한 방법을 선택하여 사용해야할 도로에서 마치 스턴트를 하듯 묘기를 뽐내는 경력운전자보다는 다소 굼뜨지만 무리하지 않는 초보운전자가 더 훌륭한 운전자고 더 유익한 운전자의 자세라는 사실입니다.
“운전연습! 정확히 알고 시작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서, 최상이라고 우겨대는 관계공무원과 제도적 수혜자들의 주장을 무색케 하는 일화(episode) 하나를 소개할까 합니다.
매주 월요일 KBS-2TV에서 방영되는 ‘미녀들의 수다’라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외국의 젊은 여성들이 모여서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느끼고 경험했던 사연과 자국의 문화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제작진의 의도에 의한 발언이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지난 2009년 1월 5일에 방영분 중에서 “2009년에 꼭 이루고 싶은 소망은 무엇인가?”라는 진행자의 질문에 뉴질랜드가 국적인 캐서린양이 “올해의 소망은 한국에서 운전면허 취득하기”라는 답변에 이어서 “무엇 때문에 한국에서...”라는 진행자의 질문이 이어졌는데, 캐서린의 답변은 한국에 비해 뉴질랜드의 운전면허취득시험이 매우 어렵다는 것이고 뉴질랜드에서 한국의 면허증을 인정하지 않지만 3개월까지는 사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 있자, 진행자가 영구사용도 아니고 단지 3개월 동안 유효한 한국의 면허를 굳이 취득할 필요성에 대해 의아해 하자, 캐나다가 국적인 여성들과 미국, 이태리, 프랑스 여성들이 앞을 다투어 자국의 운전면허 취득시험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는데, 이들의 설명을 종합해 보면 언어소통 등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면허를 취득하는 게 자국에서 면허를 취득하는 것보다 쉽고 유리하다는 설명이었습니다.
이렇게 보면, 단지 운전면허취득시험에 합격하기 위한 공식을 익히는 것에 몰두할 수밖에 없었던 독자들께서 확신과 자신감을 갖지 못한 채 고심하고 애를 태우는 오늘의 현상은 당연한 결과이고 이러한 결과에 비추어 보면 여러분의 고심은 오히려 다행스러운 면이 없지 않다는 게 필자의 판단입니다.
분명, 후면주차에 응용할 수 있는 방향전환 코스(T자)와 평행주차 코스를 수 없이 반복하여 연습을 하고 단 한 차례의 실수도 눈감아 주지 않는 전자채점기를 통과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막상 도로변이나 주차장에 나서면 수없이 되풀이한 공식을 기억해 내지 못하고 차를 제대로 주차시키지 못하여 쩔쩔 매는 대다수 초보운전자의 모습으로 미루어 볼 때, 운전기능의 수준은 공식에 의하여 결정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반증해 주고 있다고 할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운전기능의 수준은 공식에 의하여 결정될 성질에 것이 아닙니다. 도로상에서 실시되는 기능시험 과정에서 주차능력을 검증받는 선진외국 운전학원의 운전교육 역시 공식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입니다만, 운전면허를 취득한 운전자가 주차를 못하거나 단독주행이 겁나 운전을 못하는 경우는 찾아볼 수 없고 있어서도 아니 될 중대한 사건에 해당합니다.
그야말로 단독운전을 할 수 없는 사람에게 주는 면허는 연습운전면허이지 운전면허(Full Licence)가 아니라는 분명한 사실과 원칙이 존재하기 때문에 운전면허를 취득한 사람이 매우 기초적인 운전기술에 해당하는 주차를 못한다거나 단독운전이 겁나 운전을 못하는 사례가 있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분명히 연습운전면허 단계를 거쳐 운전면허를 취득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대다수 초보운전자가 무난한 주차실력과 단독운전이 가능한 그런 정도의 실력을 갖추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예! 그렇습니다. 짐작하고 계시는 바와 같습니다.”
실제 도로상에서 차체감각과 주행감각을 차분하게 익히고 연마한 다음,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 운전면허 취득시험에 합격하기 위한 방편으로 운전학원에서 제공하는 요령(공식)을 터득하여 시험에 응시하는 선진외국의 경우와 달리, 처음부터 끝까지 한정된 공간과 시간제약 속에서 오르지 합격을 위한 공식만을 익히고 터득한 사람에게 운전면허를 발급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운전면허시험제도에 비추어 볼 때, 무난한 단독운전이 가능한 실력을 갖출 수 없음은 너무도 당연한 결과라 할 것입니다.
“문제는 면허를 취득한 다음에도 계속됩니다.”
운전면허 취득비용 350만원, 면허취득 후 개인교사 연수비용 150만원을 들여야만 원만한 단독운전 실력을 갖출 수 있는 일본(우리나라 운전면허제도의 모델국가)의 경우와는 또 다르게 우리나라는, 개인강사로부터의 연수를 불허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그 교육수준과 서비스 수준을 경험한 바가 있는 운전학원 또는 운전전문학원 외에는 연수서비스를 공급받을 수 없기 때문에, 그나마 마음 편히 운전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회마저 차단당하고 있는 제도적인 환경이 문제입니다.
이러한 제도적인 여건 때문에 우리나라의 초보운전자들은 스스로가 부족하고 위험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고 위험한 단독운전을 감행할 수밖에 없다는 점으로부터 모든 문제가 시작됩니다.
독자여러분께서 고심하고 있는 문제 또한 이와 다르지 않고 그런 이유로 여러 수단을 찾고 있다는 게 필자의 판단인데, 아직도 공식을 파는 사람들이 없지 않습니다. 마치 빠른 시간 내에 초보 딱지를 떼어 낼 수 있는 특별한 공식이 존재하는 양 눈속임으로 때로는 귀속임으로 초보운전자들을 힘들게 하고 있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과연, 운전면허취득 과정에서 이미 경험한 공식 외에 또 다른 공식이 존재할까요?” 단언컨대, 초보운전자의 운전기능을 급격하게 끌어 올릴만한 공식은 존재하지도 존재할 수도 없습니다. 다만, 위험을 감행할 수 있는 용기(?)를 부추기는 수단이 있을 뿐입니다.
필자의 경험과 각국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초보운전자의 기능수준이 급격하게 향상되는 시기는 바로 단독운전을 시작한 초기입니다. 다시 말하면 기초적인 기능습득 과정을 마친 초보운전자의 운전기능은 운전자 스스로가 느끼고 깨우치는 과정에서 급격히 향상된다는 것입니다.
때문에, 일본을 제외한 선진외국의 경우, 운전연수라는 과정이 존재하지 않는 것입니다. 실제 도로상에서 갖가지 방법과 수단을 동원하여 응시자의 기능수준을 점검하는 운전면허시험제도와 단독으로 운전하는 데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되는 사람에게 면허를 발급하고 있는 제도에 의하여 정상적인 기능습득과정을 거친 선진외국의 운전면허취득자들은 다소 굼뜨고 어설픈 것은 사실이지만 단독운전을 시작하는 데에 문제가 없고 이러한 준비과정을 거친 운전자의 기능은 단독운전 시작 초기에 비약적으로 발전하는 것입니다.
이에 비해, 세계 최고의 취득비용에 불구하고 자동차 1만대당 교통사고 발생률 부문에서 OECD가입회원국 중 우리나라 다음 순위를 기록하고 있는 일본의 전철을 밟고 있는 우리나라의 운전면허시험제도에 의하여 운전면허를 취득한 초보운전자들의 경우에는 귀로 듣고 몸으로 체득한 기초적인 기능이라는 것이 머리도 몸도 기억하지 못할 뿐 아니라, 차분한 마음과 가장 안전한 방법을 선택해 실행해야만 하는 도로상의 운전에 매우 부적합한 습성만이 기억 속에 깊숙이 자리를 잡고 건전하고 올바른 의식을 방해하고 있어 초보운전자의 기능향상을 더욱 어렵게 한다는 것입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잘하는 운전은 안전한 운전이고 안전한 운전은 서두르지 않는 운전입니다. 묘기는 스턴트맨 또는 레이서에게나 필요한 운전기법입니다. 주차를 더디게 한다고 부끄러울 것도 없고 빠르게 한다고 자랑스러울 것도 없습니다. 차분히 생각하며 시도하고 틀렸다 싶으면 다시 생각해서 시도하면 됩니다. 여러분께서 힘겨워 하는 주차는 본래 쉽지 않고 누구나 힘겹게 여길 수밖에 없습니다. 좁은 공간에서 주변의 장애물과 내차에 상처를 입히지 않아야 하는 주차는 앞뒤를 살피고 또 다시 살피는 행동의 연속입니다.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한다.”라는 격언을 떠오르게 하는 사람들을 의식할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운전경력 30년차인 필자 역시 주차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만큼 더딘 편에 속합니다만, 누군가가 저에게 “당신이 가장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게 무엇인가”라고 묻는다면 “운전 중 내가 유일하게 잘할 수 있는 부분은 주차”라고 답할 것입니다.
이상은, 오늘 현재 집필하고 있는 “[가제] 정강의 초보운전 탈출하기”의 일부분을 발췌한 내용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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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많은 운전면허시험제도에 관하여
